서평 읽기: [격리된 낙원]

김정철 님의 기사 '아프리카 코끼리를 왜 보호해야 할까?'에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요.

우리는 '자연선택'의 의미를 확대 포장하여 경쟁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불안에 떨며 살고 있지만, 사실 자연의 진화 법칙을 따져보면 '자연선택'이 드러나는 형태는 경쟁만이 아니라 경쟁과 협동(상리공생)의 균형인 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현재 우리가 보는 수많은 종의 다양성입니다. 오로지 경쟁만 추구하는 것이 진리라면 종의 다양성이 나타날 수 없겠지요.

아래는 모두 인용한 것입니다. (밑줄은 제가 표시한 것)

#출판사 책 소개 글 읽기

뉴욕 시와 인근 도시에 거주하는 1,000만 명의 사람들은 캐츠킬-델라웨어(Catskill-Delaware) 송수로라는 천연정수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물은 산맥의 정상에서 수로를 따라 거주민들에게 공급되었는데, 무성한 나무들의 잔뿌리와 물속의 풍부한 미생물, 다양한 식물들이 불순물과 비료, 중금속 등을 거르고 분해하고 흡수하고 침전시켰다.
그러나 새로운 도로와 거주지, 늘어난 살충제와 비료는 이 천연정수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되었다. 필요한 만큼의 물을 정화할 공장을 갖추려면 뉴욕 시는 약 60~8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해야 했으며, 매년 3~5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15억 달러라는 훨씬 적은 금액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뉴욕 시는 강 유역의 토지를 구입하여 생태계를 복원·보호하고 하수 장치를 일부 개선함으로써 천연정수시스템을 유지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

자연은 기나긴 지구의 역사 동안 스스로 진화해왔으며, 인류는 자연의 한 구성요소로서 지구 역사상 매우 뒤늦게 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인류가 자연의 잠재력을 존중해야 하며, 또한 인류가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막중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데 책임감을 갖고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 책은 동시에 잘못된 자연보호를 질타한다. 저자는 “이제까지 이루어져 온 대부분의 자연보호는 보호구역이나 보존지역을 지정함으로써 자연을 인간과 격리시켜 보존해야 한다는 이념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이제까지의 자연보호는 두 가지 맹점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 보호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환경 파괴를 용인한다는 점과 둘째, 자연이 인간의 도움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자는 한편으로 “현실적으로 실업이나 빈곤, 질병과 같은 문제가 피레네 산맥의 곰보다 더 큰 걱정거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연을 위한 인간의 개입과 조작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은 인류가 초래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생물의 멸종 역시 진화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인위적인 보존으로 유지되는 자연은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야생의 자연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피상적인 자연보호를 비판하고 있다.


#관련해서 읽기 (김정철 님의 프레시안 기사 '아프리카 코끼리를 왜 보호해야 할까?'에서)

로베르 바르보의 <격리된 낙원>(강주현 옮김, 글로세움 펴냄)은 단지 자연 생태계에 대한 보존 논리와 개발 옹호 논리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둘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생태계 흐름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고, 인류가 그 안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으며 앞으로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 짚어주고 있다. (...)

자연 생태계에서 경쟁만 관찰되는 것은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에 못지않게 협동의 측면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 흡혈박쥐의 예는 매우 놀랍다. 흡혈박쥐는 흡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 자연히 생존 확률도 줄어든다. 이들이 선택한 협동의 방법은 바로 헌혈이다. 곧 흡혈한 박쥐가 굶주린 박쥐에게 피를 나누어 주고 생명을 연장한다. 헌혈이 이루어졌을 경우와 아닌 경우의 연간 사망률은 각각 24퍼센트와 82퍼센트로 큰 폭의 차이를 나타냈다.

생태계에서는 이렇게 자연선택과 다양성을 토대로 한 경쟁과 협동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
저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전 세계의 국립공원과 지역 생태 구역 보존만으로는 인류의 생태계 파괴를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갈라파고스 공원과 같은 실제 예를 통해서 지적한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의 설립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서였지만, 여행단체와 이주민의 증가와 같은 인류의 개입 때문에 오히려 실패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곧 생태계는 거대한 하나의 틀과 같은데, 이것을 격리해서 보존한다고 해서 그 안에 있는 생태계가 온전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보통 국립공원의 경우는 생태계 보존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왔지만, 이 격리된 생태계 역시 온전한 생태계가 아니며, 인류가 그 안에서 개입되어있는 이상 생태계의 다양성 파괴는 멈출 수 없다. 저자는 결국 생태계라는 '낙원'은 격리시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근본적으로 인류가 다시 이 '낙원'의 구성원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실천은 한정된 국립공원이나 생태 구역 지정에 그치지 않고, 국제기구를 통한 정치적 노력으로 전 지구적인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

다양성은 생명의 본질이다. 생태계 균형의 파괴는 또 다른 파괴를 낳을 것이고, 파괴라는 칼날의 끝은 결국 인류를 겨냥하게 될 것이다.


#책 정보

격리된 낙원 | 로베르 바르보 (지은이) | 강현주 (옮긴이) | 글로세움(서울출판클럽) | 2009-04-02 | 원제 Un lphant dans un jeu de qu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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