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점차 내 생활에 찾아올 때 그 놈이 점점 내 정신까지 갉아먹으리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짜증나 갈라진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화내고 윽박지를 때, 이유도 없이 아무 것도 하기 싫어 오뉴월 개처럼 처질 때, 정신이 산란스러워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할 때 등등 외에도 내 삶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증거는 수백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래도 하루하루 버틴다. 일부러 영화를 보러 다니고, 안읽히는 책도 들어보고, 못쓰는 글도 끄적거리며 버틴다. 간혹 어제처럼 마주치지 말아야 하는데 마주치는 경우도 있고, 오늘처럼 갑자기 아이들이 불려나갈 때도 있다. 그럴 때 불안은 내 몸 크기보다 더 커져 온 방안을 뒤덮는다. 내 입에선 방어기제가 작동하는지 욕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이 눈 앞에 있는데 온몸이 굳어버려 공포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두 눈 똑바로 뜨고 기다리는 게 마음이다. 불쌍한 내 마음. 다행인지 공습경보가 끝나고 오늘은 화산이 폭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럼에도 절대 불안이 떠나지 않고 곁에 머무리라는 것을 속으로 삼키면서, 그제서야 잠못드는 몸과 불안에 떨던 마음을 억지로 눕힌다.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까. 내겐 숨죽여 숨어있던 희망을 살려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없는 이유라도 만들어내야 하니까. - 이미지 출처 : https://plus.google.com/100642575450487249021/posts/97Sf3BHUw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