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너덜해진 나와 당신의 삶을 위하여

고통에 처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는 우리들의 언어 목록은 빈약하다.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나와 당신은 이 점을 모르지 않는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생환한 사람들의 책을 찾아 읽는 것도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그들의 글쓰기에는 언어절(言語絶)의 참사를 겪은 사람 특유의 ‘화재 경보’로서의 육성(肉聲)을 행간에서 들을 수 있다.

고통스러울 때는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보다 더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야 진짜 위로가 된다. 고2 때 셋째형이 자살한 이후 막막했던 청소년 시절에 체험한 나의 별난 독서 치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사사키 아타루의 [이 치열한 무력을]처럼 우리 마음이 '뜨거워지는' 책들을 읽을 필요가 있다. 사사키 아타루가 책 제목으로 사용해 유명해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라는 파울 첼란의 시적 표현 같은 개안(開眼)과 용기가 더 많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사사키 아타루는 3·11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 사회를 진단하는 강연에서 “모든 것이 무력했다. 이 치열한 무력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게 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철학자 고병권이 “하루하루, 꾸준히, 살아갈 것이다”라고 쓴 말과 통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삶의 궤도를 조금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슬퍼하고 더 슬퍼해야 한다. 나와 당신의 애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는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쓰러진 것들을 위하여])라고 술회하는 팔순의 원로 시인 신경림의 언어가 나와 당신의 유한한 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는 지금 책을 읽는다.


- 위는 시사인 기사 "너덜너덜해진 나와 당신의 삶을 위하여" 내용을 요약, 편집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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