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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April, 2026

재밌는 한국어

"나는 차가 없다"라는 문장은 엉뚱하다. 문장에 '-나', '-가' 이렇게 주격 조사가 두 번 쓰였다. 영문으로 번역하면 I don't have a car. 나 There isn't a car in my belongings. 쯤 되려나. 한국어 화자의 입장에서 풀어보자. 우선 '나는'을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으로 풀이하면 '차가'가 주어가 되고 '없다'가 서술어가 된다. 그렇지만 왜 하필 '나는'으로, 마치 주어인 것처럼 말할까? '나는'이 주어라고 해보자. 그럼 서술부가 '차가 없다'가 되는데 이상하다. 전체 문장의 서술어가 없는 것이다. '없다'는 문장 안 문장의 서술어니까. 이때 '없다'가 전체 문장의 서술어(즉 '나는'의 서술어. 이때는 의미적으로 '소유 않음'의 뜻) 및 문장 속 문장의 서술어(즉 '차가'의 서술어)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없다'라는 단어 하나로 '존재하지 않음'과 '소유하지 않음'을 동시에(보다 정확하게는 "섞어서 혹은 복합적으로") 알려준다. 말도 안 되는 논리 전개라고 보이는가? 그럼 이 예를 들어보겠다. "나는 딸기가 맛있어"라는 문장을 생각해 보자. '나는' 어떤 것을 '맛있어' 하고, 동시에 '딸기'는 '맛있다.' '맛있어'라는 서술어가 '나는'과 '딸기가' 모두의 서술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 재밌는 한국어다. (나의 서술은 그저 재밌는 생각의 흐름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한국어 학자나 전문가의 정확한 풀이는 다를 수 있다.) 2026.0...

잠

잠이 오지 않는다. 만일 잘 자,라고 말하는 이가 나에게 있다면 난 잠잘 수 있을까. 그저 잘 자,라는 말을 듣는 것뿐인데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 말을 듣지 못해 난 잘 수조차 없는 걸까. 같이 안 살아도 상관없고, 함께 산책을 나서지 않아도 상관없고, 같이 밥을 먹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상관없다. 밤이 되면 어디선가 나타나 내게 잘 자,라고 속삭여주는 것만으로 족할 것이다. 내가 그저 잠들기 위한 조건으로는. 2026.04.28 "씀" 앱에 씀

빠지다

영화에 관한 꿈을 꾸었다. 가끔은 이런 스토리라면 꿈속에서도 꿈인 줄 아는데 깨어나보니 장장 세 시간이 흘렀더라. 물론 실제 꿈꾼 시간은 짧았겠지만. 푸른 벌판에서 아이들과 뛰어노는 멋진 나들이 끝에 귀가하려 한다. 첫째가 말렸음에도 먼저 큰 차를 운전하겠다고 한다. 둘째와 함께 따라나섰는데 타려고 하는 차는 첫째와 함께 어디로 사라진 걸까. 첫째를 찾아 나서는 골목골목이 어딘가 이상하다. 들어간 건물의 어떤 방엔 이상한 사람 하나만 있고 그와 함께 탄 엘리베이터에 난데없이 한 무서운 남자가 들이닥친다. 그를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미로 같은 길과 끊임없이 떨어지는 계단뿐이다. 난 이 고난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차에 꿈에서 깬다. 갑자기 한 친구가 넌 지금까지 꿈을 꾸었다며 그 이유는 너의 첫째를 찾기 위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과연 여기저기서 아까 지나왔던 여러 장소가 눈에 띈다. 문득 나는 극장 안에서 이 모든 걸 영화로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감독은 머시기인데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그의 이 개봉박두한 영화를 홍보하고 있다. 이 배우도 나왔다가 저 예고편도 내 머릿속을 떠돌다가 그 엘리베이터도 등장하고 그녀의 매표소도 등장하고... 엉망진창인데 이게 본편만큼 길지만 또 재밌고 또 이게 본편의 일부분이다. 한없이 늘어지는 순간 난 빠져나왔다. 2026.04.25 "씀" 앱에 씀

법칙

상대성 이론은 광속의 절대성을 기반으로 한다. 광속의 불변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요소는 얼마든지 뒤틀어도 좋다. 예를 들어 공간과 시간, 질량 등뿐 아니라 여타 것들의 속도도 당연히 광속을 위해 변할 수 있고 뒤틀려야 한다. 정확히는 "광속의 불변성"이라는 영속불변하며 태곳적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전 우주를 지배하는 단 하나의 속성을 위해. 2026.04.24 "씀" 앱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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