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해가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 –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지나치게 현실적인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무정부 약탈 사회로 진입 중인 있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영웅 서사가 아닌, 일반 대중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전반부엔 멸망 직전의 세상을 헤쳐나가야만 하는 인물들의 절망감이 내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후반부엔 액션 위주로 흘러가서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는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 우리의 미래 중 한가지 가능성을 잘 표현한 것 같다.
한편으로 이 책은 새로운 종교의 탄생 신화를 보여준다. 인류가 쌓아올린 가치관이 무너지고 절망적인 원시 종족으로 퇴화하고 있는 인간종에 맞서 '더 나은 삶을 찾는 안간힘'이 "지구종"이라는 새로운 종교의 탄생을 낳는다.
주인공 로런의 성장 일기이면서 또 그가 어떻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종교적 공동체를 만들어가는지 보여주는 일기라는 점에서 흥미로왔다.
이런 하루하루의 생존 일기에서 작가는 소멸해가는 인류 문명을 되살릴 길은 순수한 종교 혹은 영적인 결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첫 장면은 2024년 7월 20일이다. 이 책을 읽은 2024년 9월 현재 세상의 모습이 책에 나온 장면 중 일부를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 끔찍한 기분이 든다.
아래는 이 책의 문장들.
"너 정말로 세상의 종말이 다가온다고 믿는 거냐?" 아빠가 물었다. 나는 정말이지 느닷없이,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 했다. 온 힘을 다해 울음을 참았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뇨, 종말을 맞는 건 아빠의 세상일 거예요. (109P)
"지금은 숙명에 집중해서 그 토대, 지구종 공동체를 다질 시기죠. (..) '지구종의 숙명은 별들 사이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아니면 잿더미 속에 내리게 되겠죠." 나는 불탄 자리 쪽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트래비스는 내 말을 경청했다. 전 재산을 배낭 하나에 담아 메고 아무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쪽으로 걸어가는 여자애가 알파 켄타우리행 우주 항로를 논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라는 점을, 트래비스는 지적하지 않았다. (393P)
어쩌면 우리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식량을 우리 손으로 키워내는 일을, 우리 자신과 이웃을 전에 없던 새로운 존재로 키워내는 일을. 지구종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396P)
하느님은 선도
악도 아니고,
사랑도
미움도 아니다.
하느님은 힘이다.
하느님은 변화다.
그밖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은
우리 안에서,
서로에게서,
운명에서 찾아야 한다.
- [지구종: 산 자들의 책]에서 (433P)
"세상을 바로잡을 작정이로군, 안 그래?" (..)
"세상을 바로잡는 건 지구종의 목표가 아니에요."
"별들을 향해 떠나는 게 목표였지. 나도 알아." (..)
"사람들이 지구종 사상을 따라 살아가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거예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어떤 종교의 가르침이든 사람들이 따르며 살아간다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되겠죠." (488–489P)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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