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 화성의 타임슬립


필립 K. 딕의 [화성의 타임슬립]은 정말이지 1960년대에 쓴 장편이지만 21세기에 읽어도 전혀 빛바랜 모습이 보이지 않는, 통속 소설이지만 단순히 재미 위주의 SF만이 아닌, 현대 사회의 병리적인 모습도 SF의 틀로 담아낸 소설이다.

잭은 화성의 수리공인데 어니 코트라는 화성의 유력 권력자의 부동산 개발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는 모종의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그 계획은 만프레드라는 소년의 예지능력을 통해 미래의 사건을 미리 알아봄으로써 이루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잭은 어니, 만프레드와 어울리면서 점점 과거의 분열증이 재발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 …

전에 읽은 딕의 [유빅]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으로 와닿는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알 수 없는 서술 방식은 여전하지만, 사람들의 탐욕과 소외, 무엇도 제대로 될 것 같지 않는 황량한 분위기로 덮힌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치 딕이 현대의 우리 모습을 미리 본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후반부로 가면 딕의 탁월한 능력이 유감 없이 표현된다. 읽는 나 조차 현실에 있는지 비현실에서 헤매는지 헷갈리고 머리까지 지끈거릴 정도가 되지만 그럼에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남는 마음은 과연 과학문명이 발달해서 화성에 식민지를 짓는 데까지 간다해도 결코 우리 인간의 행복은 쉽게 손에 잡힐 것 같지 않다는 정도..

딕이 SF라는 장르를 통해 단순한 흥미 위주의 영웅물이 아니라, 소심한 주인공을 통해 우리 인간의 불완정성, 인간관계 붕괴된 현대(6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의 모습까지도 잘 녹여내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것에 감탄이 나온다.

덧붙여. 이번 독후감은 정말이지 습관적으로 쓴 티가 팍팍 난다. ㅠㅠ
꼭 써야 하는 것도 아닌데 강박처럼 써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또다른 "분열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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