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의 강


첫 사랑의 강


그 여름 강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를 처음 알게 되었지
물 속에 잠긴 발이 신비롭다고 느꼈지
검은 돌들 틈에서 흰 발가락이 움직이며
은어처럼 헤엄치는 듯 했지

너에 대한 다른 것들은 잊어도
그것은 잊을 수 없지
이후에도 너를 사랑하게 된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첫사랑의 강
물푸레나무 옆에서
너는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지

많은 여름들이 지나고 나 혼자
그 강에 갔었지
그리고 두 발을 물에 담그고
그 자리에 앉아 보았지
환영처럼 물속에 너의 두 발이 나타났지
물에 비친 물푸레나무 검은 그림자 사이로
그 희고 작은 발이

나도 모르게 그 발을 만지려고
물속에 손을 넣었지
우리를 만지는 손이 불에 데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가
기억을 꺼내다가 그 불에 데지 않는다면
사랑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때 나는 알았지
어떤 것들은 사라지지않는다고
우리가 한때 있던 그곳에
그대로 살고 있다고
떠나온 것은 우리 자신이라고

- 류시화


아름다운 시다.
"우리가 맞닿은 두 손이 불에 데지 않았다면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작 떠나온 것은 나 자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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