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안톤 체호프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녀를 껴안고 입을 맞췄다. 물기 머금은 꽃향기가 그를 감쌌다.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단편집, 열린책들, 241쪽
그가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이 젊은 여인은 그와 함께 있을 때 진정으로 행복하지 못했다. (...) 그녀는 항상 그를 선량하고 특별하며 고상하다고 말했으니, 분명히 그는 그녀에게 본래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무의식 중에 그녀를 속인 셈이다.
- 같은 책, 245쪽
자신에게는 두 개의 생활이 있다. 하나는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도 있고 알 수도 있는 그런 공개된, 상대적 진실과 상대적 거짓으로 가득 찬, 주위 사람들의 삶과 아주 닮은 그런 생활이다. 다른 하나는 은밀하게 흘러가는 생활이다. (...) 그 속에서라면 그가 진실하고 또 자신을 속이지 않아도 되는, 그의 생활의 핵심을 차지하는 그런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없다.
- 같은 책, 252쪽
도대체 왜 그녀는 그를 그토록 사랑하는가? 그는 언제나 여자들에게 본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여자들은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들이 상상으로 만들어 놓은, 평생 간절히 원하던 그런 사람으로 그를 사랑했다. (...) 그리고 그들 중 누구도 그로 인해 행복하지 않았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는 사귀고 가까워지고 헤어졌지만, 한 번도 사랑한 적은 없었다. (...)
그런데 지금, 그의 머리가 세기 시작한 지금, 그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 같은 책, 254쪽
그리고 이 사랑이 그들을 바꿔 놓았음을 느꼈다. (...)
어떻게 하면 이 견딜 수 없는 굴레에서 벗어날 것인가? (...)
좀 더 있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때는 새롭고 멋진 생활이 시작될 거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그 끝이 아직 멀고 멀어, 이제야 겨우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시작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같은 책, 254쪽
체호프의 글은 처음 읽어보았다. 이번에 구글+ 책 세상 커뮤니티에서 5월 16일 처음으로 책 읽고 만나요 모임을 가진 것을 계기로 읽게 된 것이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1890년대에 씌여졌음에도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지금 이 시대의 늘상 있을 법한 통속 소설같이 느껴졌다. 게다가 열린 결말이라니!
그 형식에 있어서의 현대성은 그렇다치고 난 그 둘이 바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면서 외면하는 수많은 해피 엔딩 이야기의 진정한 결말 - 해피 엔딩 뒤에는 불꽃은 타들어가 꺼멓게 심지만 남을 것이고, 별볼 일 없는 일상의 나날들임을 알고 있다. (게다가 그는 그녀를 무의식 중에 속이기까지 한 것이 아닌가?)
체호프의 소설을 이제 갓 만나보았을 뿐이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글도 읽어볼 수 있길 바란다. 이 짧은 그의 글에선 한 마디로 콕 짚어 얘기하기 어렵지만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인간의 삶이란 평범한 것일 뿐이라는 진리를 보다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다.
| 안톤 체호프 (출처 : en.wikipedia.org/wiki/Anton_Chekhov) |
- 관련 Google+ 포스트 : https://plus.google.com/+WhizzXanadu/posts/1cJzUqRC7ek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