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길, 시를 앓는 시간

첫 눈 오는 날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 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계단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 속에 촛불 하나씩 켜 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킨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 곽재구


가슴 속에 촛불 하나씩 켜 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내가 그들과 같다.
그나마 온 귀를 쏟아 머리 속을 텅 비울 수 있는 노래 하나가 있어 좋다.
지친 발걸음이 조금은 덜 무겁다. 사는 게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20여 년만에 캐논 IXY 55 (익서스 50) 꺼내들고..

음알못의 오늘의 선곡

2026년 추석 열차표 예매 분투기

Earthseed에 대해 희망을 가질수록 커지는 파멸에의 확신 –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점점 배가 나와서.. 만 보 걷기를 재개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