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만약에 열여덟살 소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 마음을 흔드는 여자아이를 만나면 내가 먼저 말을 건네 보리라. 그 아이의 반짝이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하리라.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한 번 만져 봐도 되냐고 물으리라. 귀뺨을 맞더라도 용기를 내보리라. (...)

쪽지 하나 남기지 않고 이유 없이 가출을 해보리라. 기차를 타고 가다가 허름한 역 대합실 의자에 누워 날을 새워 보리라. 새벽을 데리고 오는 첫 기차를 타리라. (...)

자전거를 타고 공중전화가 있는 곳을 찾아가리라. 목덜미에 땀이 흐를 때까지 친구네 집을 향해 뛰어가리라. 숨 가쁘게 떨리고 설레는 시간들이 나의 편이므로 울고 싶을 때는 크게 울리라.

- 안도현
- 출처 : [안도현의 발견] 내가 만약에 - 한겨레

- 이미지 출처 : http://downtowngir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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