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재미, 삶이 준 축복..
사는 재미
맞짱 한번 근사하게 떠본 적 있나
질펀하게 얻어터지든가 후련하게 두들겨 패든가
코에선 황소 콧김 새나오고
찐득한 피가 주르르 흘러내리지만
나중엔 팔뚝으로 코피 문지르며
내 꼴이 저 꼬락서니거니 서로 씩 웃고 마는
앗살하게 실패한 연애를 가져보았나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수작이
꼬이고 들통 나 차인 것은 말고
황금의 순도로 뜨거웠던 연애
소설 속에 나부끼고 영화로 찍어도 손색없을 연애
잘 가다 삐끗 허방으로 무너져 내려앉는
밋밋한 동산에 벌렁 드러누워
물병자리에서 물고기자리까지 별의 선을 이어봤나
또박또박 눈 맞추어가며
풍찬노숙의 밤 지새운 적 있나
종이배 접어 강물에 띄워 보낸 일은
종이배마냥 홀로 저 강 가운데서 흔들려 보는
일상의 가장자리 쭈그리고 앉아있을 때
남들 다 가는 길 묻어서 가고 있을 땐
도무지 홍채 안으로 빨려들지 못하는 정경들
소풍 날 바위틈 보물쪽지처럼 숨어있는
세상의 외곽 그 언저리 꼭짓점에 매달려
충분히 흔들리는 저 홍옥처럼
- 권순진
맞짱이고 앗살한 연애고 해본 적이 없는, 앞으로도 저런 무모함와 열정을 가질 일이 없는 내가 이 시를 읽는 것은 해보지 못한 것 많은 내 청춘을 아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시를 읽고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유럽 어느 호텔에서 지중해의 일몰을 찬탄하는 나를, 호주 끝간데 없는 사막에서 절대고독의 고요함을 느끼는 나를, 그리고 돌아와 삶이 준 축복으로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용기를 얻은 나를..

Comments
Post a Comment